내가 호구인지 아닌지 알아보기/ 호구성향테스트

어떤 모임에서든 호구가 있기 마련이다. 원래 조직이라는 게 약삭빠른 놈, 호구인 놈, 방관하는 놈 등등 일정 비율하에 있게 마련이니까. 그런데 내가 과연 여기서 호구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땐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첫 번째 그 모임에서 착한 사람 혹은 좋은 사람이라는 평을 100% 듣고 있다면 당신은 호구이다.

두 번째 그 모임에서 내가 들인 노력과 수고스러움에 대해 기대 이상의 칭찬을 받는다면 당신은 왕 호구이다.

세 번째 그 모임에서 내가 들인 노력과 수고스러움에 대해서 일언반구 한마디 못 듣는다면 당신은 진짜 정말 왕 호구이다.

그냥 인사치레인 칭찬이나 고맙다는 말마저도 안할 만큼 당신의 수고는 당연시되고 있고 존재감이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호구가 되어 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매번 반복되고 있다면 자신을 뒤돌아보고 고쳐보려 해 볼만하다. 인간관계란 항상 상대적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처음의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 만약 호구노릇을 해도 기쁘게 마음의 상처 없이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상관없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성자가 아니기에 내가 하는 만큼 돌려받지 못하고 무시당하고 있다는 걸 느끼면 그 화가 상대방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향하게 된다. 멍청하게 왜 그리했는지 자책하고 자책하며 밤마다 이불 킥을 하면서도 다른 모임에서도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그리곤 혼자서 사람에게 상처받고 괴로워하게 된다.

요즘 학생들은 팀플레이를 하면서 힘들어 하곤 한다. 그냥 혼자서 해버리는 게 더 속편 한데 내가 혼자 고생해서 한 결과물을 딴 팀원은 공짜로 혹은 입에 발린 칭찬 한마디로 가져가니 은근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다. 그렇다고 나도 안 해 하고 손 놔버릴 수도 없다. 나에겐 이 과제에서 점수를 따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호구성향은 타고난 것에 기반하기 때문에 잘 고쳐지지 않는다. 그리고 사실 꼭 고쳐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왜냐하면 난 인과응보, 권선징악 등등 고리타분한 옛 어른들의 가치관을 믿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10대 20대 수많은 호구 짓을 하며 사람에게 상처받고 괴로워했던 나를 뒤돌아보며 내가 깨달은 것은 결국 모든 것은 돌고 돌아 나에게 온다는 것이다. 믿을 수 없다고? 나에게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 덕이나 화는 내 자식이나 후손에게 돌아간다. 적어도 이리 믿으면 지금의 나의 호구 짓이 쓸데없고 손해만 본다라는 느낌에서는 벗어날 수 있는 지혜로운 방법이다. 즉 생각을 바꿔먹는 것이다. 일종의 심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관계라는 것이 꼭 내가 준 사람에게 준 분량만큼 돌려받으며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가끔은 A라는 사람에겐 내가 퍼주기만 하는 역할을 할 때도 있고 B라는 사람에겐 내가 받기만 할 때도 있는 법이다.

아닌듯하면서도 모든 인간관계의 섭리에는 총량이라는 것이 존재해서 덕이든 화이든 돌고 돌아 나에게 오기 마련이다. 이것이 지구가 둥근 이유이다. (과학적 이론으로 딴지를 걸진 마시라. 웃자고 하는 얘기이니) 돌고 돌아서 그게 언제가 되든 나에게 오게 되는 것이다. 꼭 내가 준 사람에게서 준 만큼의 똑같은 양을 돌려받으려다 보면 인간관계는 틀어지고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다. 원망과 시기, 질투가 생기게 된다. 그러니 더 큰 시점을 가져라. 내가 주는 사람이 있듯이 나에게 주기만 하는 사람도 어딘가는 꼭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 블로그에 들려 가끔 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난 게을러서 님의 블로그나 댓글을 달진 않고 있지만 항상 고마움은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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