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왕의 이름은 어떻게 지었을까? 하고 문득 궁금해졌다. 누구는 조이고 누구는 종인지 이유가 있는 걸까? 역사시간에 무조건 시켰던 암기교육 덕에 우리는 조선왕조의 이름들은 꿰고 있지만 왜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 이유들을 알고 나면 조선왕조 이름 외우는 것이 더 쉬웠을까?
조선시대 왕의 이름은 어떻게 지었을까?
우리가 아는 조선 왕의 이름은 "묘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시대의 태조나 태종 같은 이름은 사실 "묘호"라 하는 것으로 왕이 죽은 뒤 종묘에 신위를 모실 때에 붙여진 이름이다. 죽은 후에 이름이 붙는 것인셈이다.
임금을 부르는 호칭은 묘호와 시호, 존호등 등 여러 가지가 붙어서 보통 20자가 넘는다. 예를 들어 우리가 아는 세조의 정식 호칭은 세조혜장승천체도열문영무지덕융공성신명예흠숙인효 이렇게 총 24 자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편의상 앞의 두 글자인 세조라는 두 글자만으로 부르게 되며 정식 호칭이 되는 셈이었다.
왕이 죽고 나면 신하들이 절차에 따라 모여서 시호(한 인물의 일생을 한 글자나 두 글자로 압축해 표현한 것)와 존호( 죽은 이의 공덕을 기리는 글자), 묘호등을 정했다. 시호와 존호는 중국에 가서 받아오는 경우가 많았고 묘호는 신하들이 모여서 정하게 되는데 결국 새로운 왕의 입김이 어느 정도 들어가게 된다. 자신의 아버지의 업적을 기리는 것이니 당연히 실제 공보다는 더 좋은 걸로 하길 원한 것이다.
조와 종을 붙이는 차이는 무엇일까?
< 예기>에 따라서 공이 있는 자는 "조"라 붙이고 덕이 있는 자는 "종"이라 붙인다고 되어 있었다. 선대왕의 행적을 살펴 공이 많은지 덕이 많은지를 가늠해 묘호를 정한 것이다. 조선 초기에는 왕들이 조와 종의 차이에 대해 별 인식이 없다가 차츰 조가 종보다 위라고 인식하게 되어 조에 집착을 하게 된다. 그래서 공이 없는 왕도 조가 붙은 경우가 생기게 된 것이다.
"조"로 끝나는 왕은 7명이다.
1대 태조
조선이라는 나라를 세운 왕이니 조가 붙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7대 세조
세조는 조카인 단종을 죽이고 왕위에 올랐던 왕이니 자신의 정통성을 내세워야 했다. 그러니 후손이 공을 앞세워야 자기들에게도 정통성을 부여받을 수 있었을 테니 사후에 만드는 이름인 묘호에 조를 새겼을 것이다.
14대 선조
참 어이없는 것이 선조에게도 조가 붙는 부분이다. 임진왜란 기간 내내 도망만 다니고 말년에는 후계구도까지도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왕이었지만 후손에 의해 조가 붙었다.
16대 인조
인조반정의 주인공이자 두 번의 호란을 일으킨 왕이 공이 있다 한다면 저런 왕은 있어선 안된다고 후손들에게 경각심을 준 공이라고나 할까나? 조선왕조를 다시 일으킬 수 있었던 소현세자마저 죽여버린 비정한 왕에게 무슨 공이 있었는지 정말 경악스럽다.
21대부터 23대 영조, 정조, 순조
영조는 흡족 치는 않으나 조가 붙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것 같고 정조는 정말 인정한다. 그런데 순조는?
"종"에서 "조"로 묘호가 바뀐 왕도 있다
영조, 정조, 순조의 묘호가 처음에는 영종, 정종, 순종이었다. 영종이 영조로 바뀐 때는 고종 26년이고 정종이 정조로 바뀐 때는 광무 3년이다. 순종이 순조로 바뀐 때는 철종 8년 때라고 한다. 조선 후기로 가면 '종'보다 '조'를 더 높은 것으로 여겼기 때문에 선왕의 공을 높여 당대 왕권을 강화하고자 조선 후기에 선대 왕의 묘호를 바꾼 것이다. 그만큼 조선 말기에 왕권이 얼마나 위태로웠는지를 반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불안감을 선대왕의 이름이라도 바꾸어서 가라앉히고 싶었던 것이다.
2대 왕인 경종은 숙종 때에서야 경종이라는 묘호를 얻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 왕의 진짜 이름은 어떻게 되나?
우리들이 알고 있는 이름은 죽은 후에 붙은 "묘호"라 하니 그럼 진짜 이름은 어떻게 되었을까? 조선 시대 왕의 이름은 외자였다. 절대 존엄의 존재였기에 왕의 이름은 함부로 말할 수도 쓸 수도 없었다. 그러니 혹이라도 백성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왕의 이름과 똑같이 지으면 안 되었기 때문에 잘 사용하지 않는 한자를 선택했고 외자로 이름을 지었다
이걸 "휘"라고 하는데 왕의 진짜 이름인 셈이다. 태조 이성계의 휘는 단으로 태조의 진짜 이름은 이단인 것이다. 드라마에서 많이 나왔던 이름 이도와 이산은 모두 익숙할 것이다. 이도는 세종이고 이산은 정조이다. 드라마에서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부분은 아주 큰 특혜를 내리는 것처럼 묘사되는데 이런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절대 불러서는 안 되는 왕의 이름이었던 것이다.
간단히 이름과 관련된 용어를 정리해보겠다
아명 : 어릴 때 정식 이름을 짓기 전에 부모가 자식을 친근하게 부르곤 하는 이름 세종대왕의 아명이 막둥이라 한다.
초명 : 처음 이름
휘 : 태어날 때 받은 진짜 이름
자 : 성년이 되는 관례 때 받는 이름인 관명과 함께 스스럼없이 부를 수 있도록 짓는 새로운 이름
호 : 본명이나 자 이외에 따로 지어 부르는 이름 (별칭, 필명, 별호, 아호)
마치며
이상으로 조선 시대 왕의 이름에 대해 알아보았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 했던가? 그래서 그런지 왕의 이름 또한 정치적인 이유로 올바르지 않게 세워진 경우가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조가 없어도 세종이 얼마나 위대한 왕이었는지 후손들은 다 알지 않던가? 죽어서도 자신의 이름에 집착했던 왕들의 면면을 볼 수 있었다. 판단은 후대가 하는 것인데 자신만 우긴다고 될 일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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