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도부터 고교학점제를 시행한다고 들었지만 둘째 딸의 바로 밑의 09년생 때부터라 흘려들었는데 작년에 23년도부터 부분 시행을 하겠다 발표를 해서 우리 애도 고등학교에 가면 고교학점제를 따라 고등학교 생활을 하게 되었답니다. 사실 매년 바뀌는 대학입시제도만 해도 따라가기 벅찬데 고등학교마저도 뭔가 바뀐다고 하니 미리 알아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대체 고교학점제가 무엇인가요? 중학교 때 미리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건가요?
고교학점제란
대학생 때의 "학점"의 개념이 고등학교로 내려왔다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것입니다.
자유롭게 수업을 선택하여 들을 수 있고 학기 중에 이수해야 하고 학점 미달이면 재이수도 해야 합니다.
대학생 때처럼 스스로 시간표를 계획하게 됩니다. 스스로 듣고 싶은 과목을 정하고 수강신청을 해서 대학생들처럼 능동적으로 이수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것이지요.
어떻게 바뀌는 건가요?
2023년부터 부분 시행에 들어가지만 07년생과 08년생은 대입 관련 제도는 변함이 없을 거라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09년 생부터는 본격적으로 바뀌니 대학 수학능력시험 시스템도 상당 부분 바뀔 수 있을 겁니다.
2022년 기준으로 전국에 약 50개의 산업수요 맞춤형으로 개설된 마이스터고등학교에서 진행 중이며 그밖에 민족사관고등학교나 몇 개의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에서 비슷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정된 학교 내에서 필수 이수과목을 제외하고는 40여 개 정도 과목은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교과군별로 필수 이수단위가 지정되어 있는 국어, 수학, 영어는 일반 선택입니다
특히 사회, 과학 탐구 같은 분야에 따라서 확실하게 나누어져 있는 분야는 필수 이수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 진로선택을 우선적으로 두어서 고교학점제 장단점을 보완한다고 합니다.
인문사회 계열, 자연과학 계열, 공학계열, 예술 체육, 교육, 자유 전공 등이 선택과목에 해당합니다
원하는 수업이 학교 내에 없다면 주변 학교에서 신청하거나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강의를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대학과 연계되어 개설되는 경우도 가능합니다
대학교처럼 공강의 날을 만들거나 주 4일제처럼 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주 5일 등교는 지켜야 합니다. 예전에는 그저 출석하는 것만으로 고등학교 졸업이 가능했으나 고교학점제가 도입이 되면 출석해서 점수를 못 받으면 (학점을 따지 못하면) 졸업이 안됩니다.
고교학점제 장단점
고교학점제의 좋은 점을 들라면 수강신청의 다양성을 부여하기 위해 과목 개설이 여러 가지로 이루어져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수강한 이후 평가를 통해 이수가 불가하다고 판단되는 학생 대상으로는 보충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한다고 합니다. 학점은 누적이기 때문에 그 기준에 도달해야 졸업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고교 수업에서 꼭 들어야 할 공통과목으로 지정된 것들은 의무적으로 선택해야 하고 나머지 범위 내에서는 자유롭게 선택 수강할 수 있습니다. 과목을 개설하기 전에도 학생 수요를 미리 조사하여 그에 맞는 다양한 수업권을 보장한다고 합니다. 물론 운영 결과나 정책 연구도 함께 반영하여 개정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짜인 수업을 기계적으로 듣던 때와는 달리 자신이 흥미가 있는 분야를 좀 더 심층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하지만 조금 우려적인 부분이 현 우리나라 교육의 형태가 대학을 잘 들어가기 위한 교육 형식으로 짜여 있는데 고교학점제가 과연 순기능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현행 수능 방식에서 상대평가가 적용되어 모두들 선택과목에 있어서는 자신의 관심사나 흥미가 아닌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과목으로 선택하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고교학점제에서의 과목 선택도 결국엔 수능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게 되기 쉽습니다. 또한 과목을 선택하는 자유가 주어진다고 해도 그 안에서 더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결국에는 눈치싸움과 치열한 학점 싸움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교학점제에 대한 학부모의 입장
분명 취지는 훌륭합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자신이 흥미 있어하는 분야를 공부함으로써 공부 흥미도 더 높이고 전문성도 갖출 수 있을 겁니다 그걸 바탕으로 대학에서 전공으로 그 분야를 더 깊게 공부하면 대학 졸업 후 그쪽 분야에서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인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현실을 돌아보면 어디 그러한가요? 우선 중학교 때 이미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알고서 그 분야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무리 아닐까요? 자신이 무얼 하고픈지 무얼 잘할 수 있을지 중학생이 어떻게 정할 수 있으며 그때 정한다 해도 수시로 바뀌는 게 아이들의 관심사이며 호기심인데 제도적으로 중학교 때 미리 적성을 정해놔야 한다고 압박을 하니 스트레스만 더 높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더불어 정하고 나가다가 방향을 틀려면 너무 제한이 많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어설프게 선택한 어릴 적의 적성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 적폐도 나타날 것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선택의 자유를 준다 해도 수능평가와 내신으로 대입이 결정되는 지금의 제도하에서는 대입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입에서는 어차피 상대평가 요소를 배제하기 쉽지 않을 것이고 아이들 또한 자신의 적성보다는 대학의 간판을 따는 것이 우선할 테니 말이죠. 맨 윗단계를 고치면 밑의 단계에서 알아서 윗단계에 맞춰서 바뀔 텐데 반대로 밑단계만 고치고 있으니 기형적이 행태가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물리적으로 다양한 과목의 선택이 가능할까요? 그 과목을 가르칠 선생님들은 어떻게 구할까요? 대도시는 몰라도 시골에서는 자신이 선택한 과목을 듣기 위해 온라인 외에는 방법이 없는데 그런 인프라가 다 확충되어 있나요? 시골 읍내에선 사는 고등학생들은 너무 불리한 것 아닐까요?
이래저래 머리가 복잡해지는 제도입니다. 물론 교육전문가들이 수십 년에 걸쳐서 논의하고 논의한 끝에 이 방법을 채택한 것일 겁니다. 어느 누가 "100년지대계"인 교육을 허투루 하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이루어져야 할 고등학교 교육이 이제는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줌으로써 오히려 소외되고 경제적으로 가정적으로 조금은 불리한 위치인 중하위층 아이들에게는 더더욱 선택의 자유를 제한해 버리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것이니 이래저래 부족한 것이 많을 뿐이라고 중학생의 학부모인 저의 기우이기를 바라봅니다.
댓글